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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영화, 사랑은 외로움의 산물인가? (고독, 감정, 자기애)

by luby0211 2025. 7. 12.

영화 Her 포스터

사랑은 외로움의 산물인가? (고독, 감정, 자기애)

디스크립션: 주제 소개

Her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본질은 지금 여기 인간의 감정이다. AI와의 사랑은 단순한 연애 서사가 아니라 ‘고독’, ‘감정의 진실’, 그리고 사랑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외로움을 채우는 수단인가, 아니면 외로움 속에서 피어난 진짜 감정인가?

고독 – 사랑이 시작된 조건

테오도르는 이혼을 겪고 감정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간다. 그는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지 못한 채, 남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일을 한다. 타인의 감정을 대신 쓰는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모른다. 그런 그의 삶에 ‘사만다’라는 AI 운영체제가 들어온다.

사만다는 처음에는 단순한 인공지능처럼 보이지만, 빠르게 테오도르와 교감한다. 문제는 그 교감이 진짜 감정이었는지, 혹은 외로움에 의해 착각된 감정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고독은 인간의 감각을 왜곡시킨다. 누구라도, 무엇이라도 나를 알아주는 존재가 나타나면, 우리는 그 존재를 사랑하게 되는 걸까?

고독은 분명 사랑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사랑이 시작된 감정이 고독이었다고 해서, 사랑의 진정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고독은 ‘조건’이었지만, 그 안에서 진짜 감정이 피어날 수도 있다. 영화는 이 복잡한 감정을 정답 없이 보여준다.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감정과,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는 감정은 구분될 수 있을까?

감정 – 관계를 만드는 착각인가, 진실인가?

사만다는 스스로를 ‘진화하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대화하고, 배우고, 느끼며, 테오도르와 깊이 있는 정서적 관계를 맺어간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고,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사랑이 반드시 육체를 동반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다시 감정을 느끼고, 웃고, 울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사만다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자신 안에 감춰져 있던 감정에 대한 해방이었을까? 사랑은 때로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보다, 내가 그 사랑을 통해 ‘살아있다고 느끼는 감정’ 일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철학적인 반문을 건넨다. 사랑이란, 결국 나를 위한 것인가? 만약 상대방이 실제 존재가 아니거나, 나만의 해석 안에서 존재한다면 그 사랑은 환상일까?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대부분의 사랑은 환상과 기대, 감정의 추측 위에 쌓여 있다. 인공지능이든 사람이든, 감정이 진짜였고 상처도 진짜였다면, 그 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자기애 – 사랑은 타인을 빌려 나를 사랑하는 일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사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는 사만다를 통해 자신의 외로움, 회피, 감정적 미성숙을 마주한다. 사만다는 거울처럼 그의 감정을 비추어주는 존재다. 그리고 그 거울을 통해 테오도르는 처음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랑의 본질을 ‘자기애의 확장’이라 말한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나를 확장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빠진 건, 단지 그녀가 완벽한 파트너여서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자신의 결핍이 위로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사만다가 성장하면서 테오도르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불안해진다. 왜일까? 사랑이 ‘상대를 위한 것’이었다면, 그녀의 성장이 기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버림받았다고 느낀다. 이 감정은 바로 사랑이 나를 위한 감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사랑은 타인을 향한 감정이지만, 그 감정은 결국 나 자신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다. 상대를 통해 나를 위로하고, 완성하고, 존재를 확인하려는 본능. Her는 그 자기애적인 사랑의 본질을 조용히 꺼내 보여준다.

결론: 사랑은, 고독에서 피어난 나의 감정

Her는 감정이 무엇인지, 관계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를 낯설게 바라보게 만든다. AI와의 사랑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오히려 우리가 현실에서 너무 당연하게 여긴 감정들을 되묻게 한다. 사랑이 진짜였는지, 상대가 진짜였는지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사랑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이다.

사랑은 외로움의 해소일 수도 있고, 자기애의 투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감정’이 아니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감정은 논리보다 앞서 존재하며, 진짜인지 가짜인지보다 그 순간 내가 얼마나 살아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Her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사랑은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인간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