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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키 블라인더스 1~2기: 욕망의 기원과 사랑의 종말, 토마스 셸비가 무너져가는 시작

by luby0211 2025. 7. 13.

피키 블라인더스 포스터

《피키 블라인더스》는 단순한 갱스터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전후 영국을 배경으로, 한 남자와 한 가문이 권력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야망, 상실, 전쟁의 트라우마, 사랑과 배신,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까지 섬세하게 그려낸 대서사시다.

그중에서도 시즌 1~2기는 셸비 조직이 태동하고 확장되기까지의 기초 설계도이자, 주인공 토마스 셸비가 인간에서 괴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시즌 1과 2를 중심으로,
① 셸비 가문의 구성과 조직력,
② 전쟁이 만든 인간 토미 셸비,
③ 그레이스와의 사랑 그리고 상실,
④ 권력이 남긴 공허와 심리적 붕괴라는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1. 셸비 가문: 가족인가, 조직인가

시즌 1은 무기 밀수 사건으로 시작되며, 셸비 가문이 '범죄 조직'으로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의 셸비는 마피아라기보다는 '가족 기반의 로컬 갱단'에 가깝다.

셸비 형제는 토미, 아더, 존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여기에 이모 폴리(재무담당)와 여동생 애이다가 주변을 형성한다. 초반의 셸비 가문은 오히려 정서적 유대전후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가족 경영 조직'의 느낌이다.

하지만 토미는 조직을 확장하면서, 점점 '형제'라는 가치를 이용하는 위치로 옮겨간다. 아더는 자신이 형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존은 감정적으로 휘말리며 사건을 악화시킨다. 결국 토미는 가족 모두를 “체계화된 구조 속의 도구”로 정리해 나간다.

이 시기의 셸비 가문은 권력의 씨앗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는 허약한 연대를 드러낸다. 시즌 2로 넘어가면서, 이 가족은 더욱 큰 이익과 정치권력으로 인해 균열을 겪게 된다.

2. 토마스 셸비: 전쟁은 끝났지만, 마음의 총은 여전히 장전되어 있다

토마스 셸비는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전쟁을 겪은 인물이다. 전장에서 그는 뛰어난 전략가였고, 생존자였다. 그러나 그 대가는 크다. 그는 악몽에 시달리고, 깊은 불면증에 시달리며, 감정을 철저히 차단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저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의 심리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토미는 PTSD를 앓고 있으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자로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단절이 존재한다. 그는 연인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을 의심하고, 형제를 걱정하면서도 이용하며,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서도 조직의 이익을 우선한다.

그의 불안은 무력으로, 권력으로, 질서로 표현된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그는 감정을 마비시키고 '판을 짜는 자'로 돌아간다. 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실패보다 ‘혼란’이다.

3. 그레이스: 토미가 잠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순간

시즌 1의 중반, 그레이스는 토미 셸비 앞에 나타난다. 처음에는 경찰의 스파이였지만, 이내 진심으로 토미를 사랑하게 된다. 이 관계는 토미가 유일하게 '사람다워질 수 있었던 순간'을 상징한다.

그는 그레이스를 통해 삶의 다른 가능성을 보고, 조직 외부의 세계에 처음으로 마음을 연다. 그러나 그녀가 스파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토미는 완전히 무너진다. 그 상처는 시즌 2에도 이어진다. 그레이스는 돌아왔지만, 이미 토미는 “사랑보다는 전략을 우선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토미는 그레이스를 되찾지만, 그 관계 역시 계산적이다. 그녀를 이용해 정치적 안정을 얻으려 하고, 다시 한번 조직과 감정의 줄타기를 시도한다. 결국 그는 끝까지 사랑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그레이스는 그에게 인간성을 상기시키는 존재였지만, 결국 토미는 그 인간성을 포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4. 권력은 토미에게서 무엇을 앗아갔는가

시즌 2에서 셸비 조직은 정치 세력과 연계되며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이 과정에서 토미는 국회의원, 경찰, 노동조합, IRA 등 다양한 세력과 거래를 한다. 그리고 매번 승리한다. 하지만 그 승리는 그에게서 감정, 사랑, 인간관계, 자기 신뢰를 모두 앗아간다.

시즌 2 마지막, 토미는 죽음 직전까지 몰리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그는 혼잣말처럼 말한다. "나는 계속 이길 것이다. 그게 나의 벌이니까."

이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라, **자기 형벌적 반복**이다. 토미는 이기기 위해 인간을 포기했고, 이긴 자로 남기 위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시즌 2까지의 토미 셸비는 한 명의 범죄자가 아니라,
전쟁의 유산으로 태어난 괴물,
조직과 권력에 의해 완성된 고독한 기계가 되어간다.

결론: 피로 쓰인 권력의 초상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1~2는 단순한 갱스터물의 기초가 아니다. 이것은 한 남자가
- 가족을 이용하고,
- 사랑을 버리고,
- 스스로의 감정을 단절시키며,
- 세상과 자기 자신을 정복하려는 과정을 기록한 심리 서사다.

토미 셸비는 결국 이긴다. 하지만 그는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리고 그가 이룬 ‘왕국’ 위에는 화려한 정장도, 권력도, 명성도 있지만
그 어디에도 토마스 셸비라는 ‘인간’은 남아 있지 않다.

《피키 블라인더스》의 진짜 공포는 갱스터의 칼이 아니라,
“권력은 인간에게서 무엇을 앗아가는가”라는 잔인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