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정체성, 쾌락, 감정)
디스크립션: 주제 소개
유포리아는 단순한 청춘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정체성, 쾌락, 감정이라는 인간의 가장 깊은 층위를 건드린다. 우리는 누구이고, 왜 고통을 숨기고,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는가? 이 글은 그 물음에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정체성 – 나는 정말 나로 살고 있는가?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나일까, 아니면 남들이 기대하는 나에 맞춘 모습일까?
유포리아 속 인물들은 늘 ‘연기’하고 있다. 누군가는 사랑받는 자식으로, 누군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괜찮은 사람으로, 누군가는 당당한 자신으로 보이기 위해 말하고 웃는다. 그러나 그 안에는 ‘말하지 못한 나’, ‘들키면 안 되는 나’, 그리고 ‘숨기고 싶은 나’가 존재한다.
정체성은 단순한 자기소개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방식의 조합이다. 진짜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숨어 있고, 우리는 그 진짜 나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순간, 그 나를 누군가가 외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자아를 쓰고 살아간다. 그게 사회성일 수도 있고, 위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진짜 나를 잃은 채 ‘그렇게 살아온 나’를 진짜로 착각하게 된다.
쾌락 – 내가 원하는 감정은 진짜일까?
쾌락은 본능이다. 하지만 현대의 쾌락은 단지 본능의 해방이 아니라, 고통을 지우기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유포리아는 이 점을 가장 예리하게 파고든다. 인물들은 사랑, 약물, 성, 파티, SNS 등 다양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느끼기 위한 행동’을 반복한다.
왜 그렇게까지 감각을 찾는 걸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고통이 더 이상 감당되지 않기 때문에. 쾌락은 고통을 밀어내고, 감정을 무디게 만들며, 존재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진짜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감정은 억누를 수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취처럼 감각을 지우면, 그 감각이 돌아오는 순간 고통은 더 증폭된다. 그래서 쾌락은 반복되고, 강도가 세지고, 결국 중독이라는 형태로 삶을 지배한다.
그들은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감정은 진짜 나의 욕망일까, 아니면 사회가 정의해 놓은 '행복', '자유', '사랑'이라는 감정의 틀 속에서 길들여진 쾌락일 뿐일까?
감정 –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일까?
감정은 가장 사적인 것이면서도, 가장 사회적인 것이다. 사람은 감정을 표현하며 관계를 맺고, 감정을 숨기며 또 다른 관계를 구축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진짜 감정을 느끼는 법보다, 감정을 연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더 잘 가르친다.
유포리아의 인물들은 자주 울고, 웃고, 폭발한다. 그 감정은 겉보기에 ‘진짜’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감정은 누구의 것인가? 스스로가 마주한 감정인가, 아니면 남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한 반응인가?
감정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변형된다. 내가 진심으로 느꼈던 외로움조차, 타인의 비웃음 앞에서는 쉽게 사라지고, 슬픔도 ‘적당한 강도’로 조절된다. 심지어 SNS를 통해 감정은 ‘공유’되고 ‘재생산’된다. “이 장면에서 울어야 해”, “이런 말을 들으면 화내야 해” 우리는 어느새, 정해진 감정 시나리오에 따라 살아간다.
그래서 유포리아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이 느끼는 이 감정, 정말 당신의 것인가요?”
결론: 나를 찾는 여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유포리아는 불편하고, 혼란스럽고, 때론 지나치게 과감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진짜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극단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실제로는 더 숨기고 있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진짜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쾌락은 나를 치유하고 있는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정말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질문은 어느 한순간에 끝나지 않는다. 정체성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수없이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며, 조금씩 더 진짜 자신에 가까워진다.
유포리아는 우리 모두가 감정이라는 미로를 지나며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를 묻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물음 자체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