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오징어 게임,계층 이동의 허상/죽음과 경쟁의 게임화 (자본주의, 계급, 놀이의 붕괴)

by luby0211 2025. 7. 8.

오징어 게임 3 영화 포스터

《오징어 게임》은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와 자본주의적 경쟁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글로벌 화제작입니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누구나 즐겼던 ‘놀이’를 생존의 도구로 전환시키며, 유희가 어떻게 폭력과 통제의 수단으로 타락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극한 경쟁 구조에서 인간은 과연 도덕과 존엄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본 글에서는 《오징어 게임》 속 계급 철학과 놀이의 붕괴를 중심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철학적으로 재조명합니다.

계급 위에 선 게임: 자본주의의 축소판

《오징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 체제의 축소판처럼 설계되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극심한 채무, 해고, 병든 가족 등으로 몰린 사람들이며, 이들이 ‘자유롭게’ 게임에 참여한다고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사회 구조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한 존재들입니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와 국가 장치가 개인을 특정 위치로 배치하고 행동을 유도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징어 게임 속 참가자들은 바로 이 구조 속에서 ‘자유’라는 허상을 안고 죽음의 경쟁에 뛰어듭니다.

게임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룰을 적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VIP와 감시자, 설계자라는 또 다른 계급이 위에서 존재합니다. 이는 공정해 보이는 시스템이 실은 철저히 계층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자본주의에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이 드라마는 극단적으로 묘사합니다. 마치 현실 세계처럼, 상금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도달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계급의 고착화와 허구적 기회의 모순을 상징하는 거대한 실험장입니다.

놀이의 붕괴: 죽음을 품은 유희

오징어 게임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모든 게임이 어린 시절의 단순한 놀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등은 본래 공동체적 유대와 웃음을 나누는 활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극 중에서 이 놀이들은 단숨에 죽음을 결정짓는 폭력적 도구로 전환됩니다. 이는 프랑스 철학자 로제 카이와의 ‘놀이 이론’과 깊게 연결됩니다. 카이와는 놀이를 ‘자발적이며 무해하고 자유로운 활동’으로 정의했으며, 그 순간 즐거움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전제를 완전히 뒤엎습니다. 놀이가 더 이상 자발적이지 않으며, 즐거움도 없고,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는 구조로 바뀐 것입니다. 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교육과 놀이, 인간관계에까지 침투했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더 나아가 ‘어린 시절의 추억’조차도 자본과 생존 논리에 의해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깊숙이 체제에 내면화되어 살아가는지를 드러냅니다.

유희의 위계: VIP와 관전자들

드라마 후반부 등장하는 VIP들의 존재는 자본주의 사회의 정점에 있는 자들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게임의 참가자가 아닌 ‘관객’으로서 등장하며, 인간의 생사결정 게임을 유희처럼 소비합니다. 이 구조는 미셸 푸코가 말한 ‘감시와 처벌’ 속 파놉티콘 체제와 흡사합니다. 참가자들은 끊임없이 감시당하며, 그 감시자는 또 다른 감시자의 통제를 받습니다. VIP는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는 절대 권력자이며, 시스템 바깥에서 오락을 소비할 수 있는 특권층입니다.

놀이의 본질은 평등입니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에서는 놀이가 자본에 의해 구매되고 계급에 따라 다르게 소비됩니다. 누구는 죽음을 걸고, 누구는 그 죽음을 구경합니다. 이 위계는 놀이조차도 권력의 층위 안에서 계급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놀이가 계급을 넘는 자유의 공간이 되지 못할 때, 인간은 유희를 통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억압당하게 됩니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놀이조차 계급 구조 안에서 통제되는 자본주의적 질서의 상징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서바이벌이 아닌, 자본주의 사회에서 놀이가 어떻게 위계화되고, 생존이 윤리보다 앞서게 되는지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공정한 게임이라는 환상, 유년의 놀이가 자본의 도구로 전락하는 과정, 그리고 관객과 플레이어로 나뉘는 인간의 위계는 모두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구조를 반영합니다. 시즌3가 공개되기 전, 이 작품을 다시 본다면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