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주의는 20세기 철학을 대표하는 사조로, 인간의 자유, 고독, 책임, 선택을 중심으로 사유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실존주의적 세계관을 감각적이고 강렬하게 전달하는 매체입니다. 본 글에서는 『택시 드라이버』, 『조커』, 『인 더 베드룸』 세 작품을 통해 고독, 불안, 결단이라는 실존주의 핵심 개념을 영화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고독: 『택시 드라이버』와 타자화된 자아
마틴 스코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는 전역 후 뉴욕에서 택시 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트래비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 속 고립된 인간의 초상을 그립니다. 그는 사회와 연결되지 못한 채 점점 내면의 광기로 향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라 했습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아가 규정될 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잃는다고 봤습니다. 트래비스는 타인의 시선을 거부하면서 동시에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모순된 존재입니다. 그는 결국 폭력과 자기 정당화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이 영화는 현대 사회의 군중 속에서 오히려 더 깊어지는 **실존적 고독**을 보여주며, 타자와의 단절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적으로 만드는지를 섬뜩하게 시각화합니다.
불안: 『조커』와 사회의 거울
『조커』는 한 남자의 심리적 붕괴 과정을 통해, 실존적 불안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아서 플렉은 외면당하고 조롱당하며, 점차 조커라는 정체성으로 탈바꿈합니다. 이는 사르트르나 키에르케고르가 말한 ‘불안’과 ‘절망’의 철학적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실존주의에서 불안은 선택의 가능성 앞에서 발생하는 감정이며,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오는 전율입니다. 아서는 사회적 구조 속에서 소외되고, 그 속에서 자아를 상실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광기를 통해 해방감을 얻습니다.
이 영화는 실존적 불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임을 고발합니다. 동시에 불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감정임을 말해줍니다. 즉, 불안은 회피할 대상이 아니라, **자각의 통로**입니다.
결단: 『인 더 베드룸』과 선택의 무게
『인 더 베드룸』은 아들을 잃은 중년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극한의 상실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선택하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복수극처럼 보일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결단의 철학**을 다룹니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결단을 내리는 존재’로 보았으며, 죽음이라는 필연성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기 존재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부부는 자식을 잃은 후, 고통 속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그들의 선택은 윤리적 정답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계와 다시 마주서는 행위**입니다.
이 영화는 실존주의의 핵심, 즉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책임져야 하며, 그 책임은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의해 결정된다**는 진리를 깊이 있게 담고 있습니다.
『택시 드라이버』는 고독, 『조커』는 불안, 『인 더 베드룸』은 결단이라는 실존주의의 핵심 개념을 영화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들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장이며, 우리가 스스로의 존재를 묻고 선택하게 만드는 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