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아카데미를 휩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초현실적 세계관 속에서, 영화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가장 작고도 큰 감정들—가족 간의 갈등, 자아 정체성, 인생의 방향성 같은—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2024년의 시점에서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 글에서는 다중우주라는 상징, 가족이라는 관계성, 그리고 혼돈 속에서 남는 감정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에블올앳을 다시 해석해보고자 한다.
다중우주는 상징이다 – 무한한 가능성의 공포
에블올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설정은 단연코 ‘멀티버스’, 즉 다중우주다. 주인공 에블린은 어느 날 평범한 세탁소 운영자에서 무한한 차원을 오가는 존재로 변모한다. 다른 세계의 자신은 셰프이기도 하고, 영화배우이기도 하며, 심지어 손이 소시지로 된 세계에 살기도 한다. 이러한 다중우주는 오늘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가능성과 선택의 바다를 상징한다.
겉보기에는 자유롭고 환상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무한한 가능성은 책임과 후회를 동반한다. “내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질문은 삶의 방향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진로, 연애, 가족, 직장 등 모든 삶의 선택 앞에서 수없이 갈등한다. 이 영화는 그런 선택의 무게를 극단적으로 시각화한다.
또한, 다중우주는 '정체성'이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내가 수많은 나 중에 누구인지 모를 때, 우리는 종종 무(無)의 감각에 빠진다. 영화에서 조이는 바로 그 무의식을 상징하는 ‘모든 것이 들어간 베이글’을 만들어낸다. 이 베이글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현대인의 무기력과 냉소를 상징한다. 결국, 다중우주는 가능성의 바다이자 정체성 혼란의 공간이며, 우리가 그 속에서 ‘나’를 찾는 여정이다.
가족이라는 은유 – 사랑은 이해의 다른 말
에블린과 그녀의 딸 조이의 관계는 영화의 핵심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인 엄마와 딸의 갈등처럼 보인다. 보수적인 어머니는 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딸은 그런 엄마에게 반항하며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이 갈등은 단순한 세대 차이 그 이상이다.
조이는 다중우주 속에서 ‘잡수버키 테파키’라는 존재가 된다. 모든 차원을 경험한 끝에 삶의 무의미함을 깨달은 존재, 즉 극단적인 허무주의자다. 그녀는 어쩌면 현대 청년 세대를 대변한다. 정보는 넘쳐나고, 기회는 많아 보이지만 그 안에서 진짜 의미를 찾지 못해 공허해진 이들 말이다.
가족이란 단지 혈연이 아니라, 무수한 차이와 결정을 넘어 서로를 선택하는 관계다. 영화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가족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식임을 보여준다. 2024년 지금, 가족의 형태는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가족 구조, 새로운 정체성의 등장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여전히 중심이 되어야 한다.
혼돈의 시대, 남는 건 결국 감정이다
에블올앳은 시종일관 혼란스럽다. 빠른 편집, 무작위처럼 보이는 연출, 때로는 유치할 정도로 과장된 액션과 코미디까지. 이 모든 것이 처음에는 산만하게 느껴지지만, 끝내 그 복잡한 구성이 하나의 감정으로 응축된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이 영화에서 결코 로맨틱하게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갈등, 후회, 오해, 포기, 그리고 결국 수용의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에블린이 남편 웨이먼드의 존재를 재발견하는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다. 늘 어리숙하고 수동적으로 보였던 남편은 사실 '친절함'이라는 무기를 통해 삶을 헤쳐나가고 있었다.
또한, ‘감정’은 가장 현실적인 무기다. 영화는 말한다. 아무리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모든 기술과 힘을 손에 넣어도, 결국 우리를 구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 일 수 있다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의 불안과 개인의 위기 속에서, 이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온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여기’라는 기적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중우주, 가족, 혼돈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관객에게 남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있나요?"
그 모든 것을 다 겪었을 때, 남는 건 결국 ‘공감’과 ‘이해’, 그리고 ‘사랑’이다. 그리고 그것만이 우리가 혼돈 속에서도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만드는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