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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3~4,권력은 나를 집어삼키는가 (정치, 범죄, 자의식)

by luby0211 2025. 7. 19.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3~4 포스터

권력은 나를 집어삼키는가 (정치, 범죄, 자의식)

디스크립션: 주제 소개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3~4는 폭력과 권력을 무기 삼아 성장한 토미 셸비가, 그 무기의 반작용에 서서히 침식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군벌에서 범죄조직으로, 그리고 정치인의 길로 나아가는 그의 여정은 성공과 팽창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무너져가는 정체성과 내면의 균열을 그린 철학적 드라마다. 이 글에서는 권력을 중심으로 토미 셸비의 변화 과정을 분석하며, 그가 쥐고 있는 권력이 과연 자유의 도구인지, 아니면 파괴의 굴레인지에 대해 탐색한다.

정치 – 권력은 확장의 도구인가, 통제의 기술인가?

시즌 3부터 토미 셸비는 단순한 거리의 갱스터가 아니라, 더 이상 ‘정치적 행위자’로 변모해 간다. 사업, 협박, 살인이라는 수단은 여전히 유지되지만, 그가 참여하는 무대는 점차 국가, 군사조직, 국제 정치로 확장된다. 이는 그가 더 많은 영향력을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시는 조종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자기 통제 욕망의 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권력이 커질수록 토미는 더 많은 타협을 요구받는다.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인물들과 거래하고, 더 복잡한 권력 구조 속에 자신을 던지게 된다. 마치 니체가 말했듯, “괴물을 오래 바라보면 그 괴물이 당신을 바라본다.” 토미는 시스템을 조종하려 하지만, 결국 시스템의 한 축으로 흡수되어 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질문하게 된다. 권력이란 타인을 지배하는 능력인가, 아니면 자신이 시스템의 부속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생존의 기술인가? 토미는 정치로 이동하며 더 고차원적 ‘합법성’을 갖추지만, 그의 자아는 더 피폐해져 간다. 그에게 권력은 승리가 아니라, 끊임없는 방어의 수단이 된다. 그는 더는 ‘자유로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대신 위협, 협박, 생존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가장 덜 파괴적인 선택’을 할 뿐이다.

범죄 – 수단이 목적이 될 때 인간은 무엇을 잃는가?

토미 셸비의 세계에서는 범죄는 처음엔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 계급의 경계, 생존의 절박함 속에서 그는 ‘불법’을 통해 가족을 보호하고 삶의 기반을 다져나갔다. 하지만 시즌 4로 갈수록 범죄는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일종의 ‘정체성’으로 고착된다.

그는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미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감지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 사랑, 인간관계—그것들은 권력과 교환된 가치들이다. 범죄는 더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유일한 기반으로 남아버렸다.

이 지점에서 한나 아렌트의 사상이 떠오른다. 그녀는 ‘악의 평범성’을 말하며, 체계화된 폭력이 얼마나 쉽게 일상 속에서 받아들여지는지를 경고했다. 토미는 분명 처음에는 현실을 바꾸려 했다. 하지만 점점 그는 그 현실을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폭력은 습관이 되고, 위협은 일상이 된다. 결국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비판하던 존재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여기서 묻고 싶다. 권력은 인간을 바꾸는가, 아니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더 드러내는가? 토미 셸비의 행보는 그 질문을 우리에게 남긴다. 그는 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 일 수도 있다. 단지 지금은, 더 많은 권한을 가졌을 뿐이다.

자의식 – 내가 만든 왕국이 나를 부수는가?

가장 흥미로운 철학적 지점은 ‘자의식’이다. 토미는 매우 영리하고 냉철하며, 자신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자신이 괴물이 되어가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러나 그 인식은 반성을 낳지 않고, 오히려 더 고립된 결단으로 이어진다.

시즌 4의 토미는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끊임없이 의식한다. 그는 강해졌지만 동시에 매우 취약해진다. 그의 자의식은 이제 통제보다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이때의 권력은 더 이상 힘이 아니라, 고독을 심화시키는 장치다. 그는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 아무와도 진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토미는 고전 비극의 주인공과 유사하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처럼, 그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지만 결국 자아가 붕괴되고 만다. “내가 만든 왕국이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이는 권력이라는 구조가 얼마나 쉽게 개인의 윤리적 기반과 감정적 생명력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기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미는 그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을 통해 자아가 형성된다고 말했지만, 토미는 타인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자신만을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그 결과 자아는 더욱 단단해지는 대신 파편화된다.

결론: 권력은 자유를 주는가, 혹은 감옥인가

《피키 블라인더스》 시즌 3~4는 폭력과 정치, 야망과 죄책감이 뒤엉킨 세계 속에서 권력을 손에 쥔 한 남자의 비극을 그린다. 토미 셸비는 더 많은 것을 가졌지만, 더 많은 것을 잃어간다. 그리고 그 상실은 외부로부터 강요된 것이 아니라, 그가 선택한 길 위에서 벌어진 결과다.

이 드라마는 질문한다. “권력은 나를 지배할 자유를 주는가, 아니면 나를 파괴할 감옥인가?”

토미 셸비는 답을 내리지 않는다. 그는 살아남고, 결정을 내리고, 견뎌낸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의 침묵 속에서, 권력은 그를 삼켜버렸음을. 그렇기에 《피키 블라인더스》는 단순한 갱스터 서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권력’에 대한 철학적 서사다.